슈톡의 비상일기

전영수씨(34)는 딸 서율(4)이에게 둘도 없는 놀이 친구다. 퇴근 후 평일에는 두어 시간밖에 놀아주지 못하지만, 서율이는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전영수씨는 아이와 놀아준다는 생각을 버리고, 함께 논다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좋은 친구 같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이와 함께 놀자 

전영수씨는 아내 이은희씨가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육아에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읽었다. 자연스럽게 아내도 육아 지식을 쌓아갔다. 그러나 막상 딸 서율이가 태어나자 책에서 읽은 내용과는 달리 실제로 아이를 키우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이와 정말로 잘 놀아줄 자신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저 멍하니 아이가 혼자 노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아빠놀이학교'라는 인터넷 카페를 알게 됐어요. 그곳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고, 아이와 놀아준다는 표현 대신 아이와 함께 논다는 마음을 배웠죠." 

그는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와 '놀아준다'는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노는 일이 피곤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방적으로 아이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아이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믿을 때 아이와 진심으로 놀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전영수씨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짧은 시간이라도 딸과 함께 노는 시간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아빠가 놀아줄 때는 확실히 놀아준다는 것을 딸이 알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일을 할 때는 놀자고 보채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서율이는 아빠와 신나게 논 뒤에 항상 "한 번만 더"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그것은 아이가 아빠와 노는 일이 진심으로 즐겁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딸이 어리기 때문에 몸으로 하는 놀이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특히 서율이는 저와 놀고 난 뒤에 땀범벅이 되는데, 그렇게 한바탕 놀고 나면 아이가 굉장히 시원해하더라고요. 엄마와 놀았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반응입니다. 어떤 때는 실수로 쉬를 해버리기도 해요(웃음). 그래도 저와 아내는 아이를 혼내지 않고 얼마나 놀이가 즐거웠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 서율이는 노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서 화장실에 못 갔다고 하며 웃곤 하지요." 

전영수씨 부부의 가장 중요한 육아 철학은 바로 아이에게 "안 된다"고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위험한 것만 아니면 허락한다. 쌀통을 거실에 엎어도 놀게 놔두고, 화병의 물을 쏟아서 물난리가 나면 아이에게 앞치마를 입혀주고 화는 내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위험한 상황에서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도 안 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고집을 피우지 않는다. 

반응하는 아빠가 돼라 

전영수씨가 딸과 가장 즐기는 놀이는 신문지 찢기 놀이다. 지하철에 비치된 무가지를 퇴근할 때 한 부씩 가져와 모아두었다가 아이와 놀 때 사용한다. 인터뷰를 하던 중 그가 딸에게 '신문지 놀이'를 말하자, 서율이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무척 신나했다. 거실에서 아빠와 함께 신문지를 찢으며 서율이는 연신 웃음을 터트렸고, 아빠는 흥을 돋우기 위해 "얍!" 등의 기합을 넣었다. 

거실에 수북이 쌓인 신문지 더미에서 전영수씨와 서율이는 한참을 신나게 놀았다. 놀이가 끝난 다음 아빠는 딸에게 '농구 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무슨 놀이인가 싶어 지켜보았더니, 찢은 신문지를 동그랗게 뭉쳐서 비닐봉지에 서로 넣는 놀이였다. 이로써 어지럽혀진 거실을 치우는 효과도 본 셈이다. 

"개월 수에 따라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놀이의 종류가 상당히 많습니다. 딸이 더 어렸을 때는 까꿍 놀이를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이런 걸 아이가 좋아할까 싶던 것이 많았는데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과 달리 평범한 것에서도 큰 즐거움을 느끼더라고요. 지금은 신문지, 이불 등 집에서 아이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하는 편이에요. 신문지 찢기와 격파, 레슬링, 돼지 싸움, 동굴 놀이, 아빠표 버스 놀이 등을 가장 많이 합니다." 


그는 아이와 함께 놀 때 무엇보다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중에서 그가 고수하는 규칙은 절대로 아이에게 먼저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딸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게 하고,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때 아빠는 집중해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아직 발음이 정확하지 않을 나이지만 세심히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는 부모가 아이에게 해야 할 말이 있을 때 아이가 경청하는 습관도 들일 수 있다고 한다. 

"좋은 아빠는 한마디로 말하면 '반응하는 아빠'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아이에게, 특별히 아이의 감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놀며 감정에 대한 반응을 크게 하는 편입니다. 할리우드 액션이 필요한 순간이죠. 같은 놀이를 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아이는 절대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아빠가 즐거워해야 아이도 즐거워하기 때문입니다. 놀이의 종류와 시간에 너무 구속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단순한 놀이도 어떻게 반응하며 놀아주느냐가 아이의 만족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영수씨 부부는 아이의 감정을 모두 받아주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울면 울고 싶을 때까지 울게 하고, 그만 울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감정을 해소하고 표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놀아줘야지 하는 생각은 절대 금물입니다. 아이가 아기 때부터 아빠와 함께 노는 습관을 들여야만 커서도 아빠와 즐겁게 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율 아빠가 추천하는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놀이 BEST 5 

(1) 돼지 꼬리 잡기 놀이 
신문지나 휴지를 꼬리 모양으로 길게 자른 뒤 아빠의 허리춤에 아이가 직접 걸게 한다. 아빠도 아이의 허리춤에 꼬리를 걸어준다. 그러고 나서 서로의 꼬리를 먼저 잡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다. 

(2) 신문지 격파 놀이 
신문지 한 장을 아빠가 들고 있으면 아이가 달려와 팔이나, 머리, 다리로 신문지를 찢는 놀이다. 이때 아이가 아빠와 거리를 두고 달려오면서 신문지를 격파하게 하면 아이가 더욱 재미있어 한다. 

(3) 동굴 놀이 
아빠가 바닥에 누운 채 다리를 벽에 올린다. 그 위에 이불을 덮으면 아빠의 다리 아래 공간은 마치 동굴이 된다. 이곳으로 아이가 기어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놀이다. 

(4) 미끄럼틀 놀이 
동굴 놀이 자세에서 응용할 수 있는 놀이다. 아빠가 벽에 올린 다리 위에 이불을 깔고 아이가 올라가게 한 뒤 미끄럼틀을 타는 것처럼 내려오는 놀이다. 

(5) 신문지 찢기 놀이 
아빠와 아이가 신문지를 마음껏 찢는다. 아이가 찢은 신문지 조각 사이로 몸을 숨길 정도의 양이면 충분하다. 신문지를 다 찢은 뒤에는 아이가 찢은 종이로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한다. 아빠가 서서 신문지 조각을 아이에게 떨어뜨려주어도 좋고, 서로에게 던지는 방법도 좋다. 다 논 뒤에는 신문지 조각을 뭉쳐 비닐봉지에 넣는 농구 놀이를 통해 신문지 조각을 모두 치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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